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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트만두 인근 랄릿푸르에 사는 사미타 바즈라차리아(12·여·사진)는 얼마전까지 추앙받는 여신이었다. 네팔인들은 두르가(악마를 물리치는 전쟁의 신·그림)가 그녀의 몸을 빌어 환생했다고 믿었다. 하루에 수백명씩 불교·힌두교 신도들의 알현을 받아야 하고 가족 이외에는 누구와도 말을 섞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였다. 밤에는 가정교사가 내준 숙제를 끝내야 하는 이중생활이 수년 간 계속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네팔에는 사미타와 같은 쿠마리(‘젊은 미혼의 소녀’라는 뜻, 두르가의 현신)가 여러 명 있다. 네팔 네와르족이 부족회의를 거쳐 일반 소녀들 중 쿠마리를 뽑는다. 카트만두에 사는 쿠마리는 왕실이 있는 궁궐에 거주하지만 다른 쿠마리들은 생가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쿠마리는 생리가 시작되면 신의 위치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부족회의는 다른 쿠마리를 뽑는다.
사미타의 어머니는 딸이 여신이 된 것에 대해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족 중 신이 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여신에게 요구되는 규칙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다. 쿠마리들은 매일 두르가처럼 화장을 한 채 계속 앉아있어야만 한다. 두르가는 결코 땅에 발을 대지 않기 때문이다. 힌두 축제 기간에만 외출이 허용된다. 또 친한 친구와 가족 외에는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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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마리들은 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서구화 영향으로 가정교사한테 개인교습을 받는 것은 허용됐다. 사미타에 앞서 이 지역 쿠마리였던 차니라 바즈라차리아는 “어찌보면 쿠마리는 구중궁궐에 사는 공주와 같다”며 “집에만 머물며 신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니라는 5세 때 쿠마리로 뽑혔다가 15세 때 현세로 돌아왔다. 차니라는 사미타가 쿠마리였을 때 그의 개인교사를 자처했다.
평범한 소녀가 현신으로 추앙받는 것도 고달팠지만 생리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신에서 인간으로 격하 되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차니라는 말했다. 그는 “처음 외출했을 때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며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나를 마치 외계인을 보는 듯 멀리했다”고 말했다. 사미타는 생리를 시작한 직후 12일 간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 갇혀 지냈다. 차니라는 “사미타는 지금 같은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는 중”이라며 “그녀는 신이었을 때보다는 인간인 지금 더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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