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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베네치아..진짜 홍수와 '관광객 홍수'로 위기

정상고집 2019. 11. 19. 15:03




53년 만에 대홍수를 겪은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지난 17일에도 시내 50∼60%가 침수됐다. 지난 12일 이래 세 번째 물난리였다.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당일 최고 150㎝에 달했다. 당국은 베네치아 명소인 산마르코 광장을 폐쇄하고 관광객과 주민들의 진입을 통제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수위가 160cm까지 올라가 도시의 70%가 침수됐고 지난 12일에는 아프리카 쪽에서 불어오는 열풍과 호우 등으로 조수 수위가 178㎝까지 치솟으면서 도시 80% 이상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일주일 사이 잇단 수해로 9세기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대성당의 대리석과 모자이크 등이 훼손되는 등 막대한 손실에 입었다. 베네치아 시는 수해 피해가 10억 유로, 약 1조 2천800여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적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수상 도시이자 운하의 도시로 유명하다. 또 100여 개의 섬들이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베네치아는 석호의 진흙 바닥에 나무 기둥을 꽂고 간척 사업을 통해 만들어낸 도시이다. 도시의 기반이 진흙이기 때문에 도시 지반이 매년 1~2mm씩 가라앉고 있다. 반면 베네치아 주변 석호의 수위는 매년 2mm씩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있다.

더구나 20세기 들어서 도시 주변에 산업 단지가 발달하면서 지하수를 엄청나게 사용해 지반 침하가 가속화됐다. 1960년대 결국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침하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반 침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다. 베네치아 주변 평균 수위는 1900년 이래로 14cm나 상승했다. 여기에다 가을과 초봄 사이에 조수간만의 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산마르코 성당은 1천200년 동안 단 6번 물에 잠겼는데, 이 가운데 네 번은 지난 20년 동안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해수 유입을 막을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모세 프로젝트는 가로세로 약 20m에 달하는 강철 상자 80여 개를 이용해 여닫이식 갑문 장치를 만드는 대공사이다. 평소에는 바닷속에 누워 있다가 석호의 수위가 1m 이상 높아지면 상자 안에 공기가 주입되어 방벽처럼 세워지면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것이다.



매년 2천500만 명이나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문제다. 베네치아는 대형 크루즈 회사들의 인기 있는 기항지이다. 3천~4천 명이 탄 대형 크루즈선 한 대가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자동차 1만 2천대에 달하는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또 크루즈선이 항구를 지날 때마다 일으키는 거대한 파도는 항구 기반시설의 침하를 초래한다.

이 뿐만 아니라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베네치아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관광객들의 숙박 수요 증가는 집값 상승을 부추겼고 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떠나는 것이다. 거주자뿐만 아니라 채소가게, 빵집, 과일가게, 세탁소 등도 물가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떠났고 이 자리는 명품 매장과 다국적 브랜드들로 채워졌다. 뒷골목까지도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아있는 주민들도 생필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70여 년 전 15만 명이었던 베네치아 도심 인구는 5만 4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이창재 기자cjl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