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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쑤성 장예시 일대의 사암 퇴적지형의 풍경

정상고집 2017. 1. 26. 12:25

중국 간쑤성 장예시 일대의 사암 퇴적지형의 풍경

 

무지개가 땅으로 내려온 듯 황토산에 색색의 물감을 채색한 듯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있다. ‘대지의 색채예술’로 불리는 중국 간쑤성(甘肅省) 장예(張掖·장액)시의 칠채산(七彩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곱 가지 색채를 띠는 칠채산의 공식 이름은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으로 단하(丹霞)는 ‘붉은 노을’을 뜻한다.

고비사막의 장예는 간쑤성 성도인 란저우(蘭州)에서 둔황(敦煌)으로 가는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장예는 고대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시간이 빠듯한 실크로드 여행자들로부터 늘 푸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혀 지구 같지 않은 풍경의 칠채산이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칠채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0여 년 전. 홍콩의 사진전시회에 칠채산 일몰 사진이 출품되자 사진작가들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합성사진이라고 의심했다. 결국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찾은 사진작가들에 의해 그 존재가 확인되면서 칠채산은 중국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부상했다. 

장예 도심에서 포플러나무 가로수길을 30∼40분 정도 달리면 야트막한 칠채산이 황홀한 모습을 드러낸다. 칠채산 관광은 셔틀버스를 타고 4곳의 전망대를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첫 번째 전망대는 칠채산 전경을 한눈에 조망하는 곳. 겹겹의 지층이 선명한 붉은 봉우리들이 혹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혹은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봉긋 솟아있는 모양새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우주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탐방로 옆 두 번째 전망대에서 보는 칠채산 봉우리는 티베트족 연인들의 화려한 의상을 연상하게 한다.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연두색, 초록색, 파란색, 그리고 하얀색으로 채색된 지층은 주름치마처럼 흘러내려 더욱 고혹적이다. 노란색 봉우리 뒤로 붉은색 봉우리들이 줄지어 선 세 번째 전망대에서의 풍경도 황홀하기는 마찬가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칠채산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학자들은 칠채산 같은 지형을 단하지모(丹霞地貌)로 부른다. 단하지모는 오랜 시간 지질운동을 거친 붉은색 사암이 풍화와 퇴적을 통해 단층화된 지형을 가리킨다. 주름진 지층은 철분 등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을 띤다는 것이다. 특히 하얀색 지층은 소금 결정으로, 칠채산이 아득한 옛날에 바다가 솟아올라 만들어진 지형임을 말해준다. 

칠채산을 대표하는 환상적인 풍경은 네 번째 전망대에서 만날 수 있다. 일곱 가지 색깔의 스펙트럼으로 빛나는 지형은 무지개로 만든 산을 보는 듯하다. 무지개산이 병풍을 두른 듯 끝없이 이어지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지반은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오아시스 물줄기처럼 흐른다. 특히 햇살에 반사된 색색의 지층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해질녘 풍경은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 

고비사막에서는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반갑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가랑비가 흩날리고 옅은 안개가 무지개산을 감싸자 겹겹이 쌓인 지구의 시간을 화려한 색채로 간직한 지층이 파스텔 톤으로 은은해진다. ‘대지의 색채예술’로 불리는 칠채산이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장예(중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