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산·등산지도/강원도-등산지도

(정선)고부산 개념도

정상고집 2013. 10. 2. 16:28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산이름이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산이다. 백두대간 상의 천상화원 금대봉(1,418m)이 고부산(976m)의 할배 할배 그 할배산이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지만 강원도 정선군은 봄 가을에 산불예방감시가 매우 철저한 곳인데, 산불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것부터 이야기하고 산행을 시작해야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쯤 전 이 산자락에 살던 공모씨라는 사람이 춘삼월에 산에 약초를 캐러갔다가 무심코 버린 담뱃불이 삽시간에 큰 불로 번져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을 거쳐 백두대간을 타고 북으로 강릉, 양양, 간성까지 번지는 웃지 못할 산불이 있었다는 것이다.


▲ 작은배래치골을 버리고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간벌한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헌데 이상한 것이 불의 진행 폭이 1~2m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대는 발화지점을 탐문수색하였으나 발화원인을 찾지 못하였다고 한다. 발화자는 공모씨인데 두일동에 사는 이균이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 은신시켜 주었다. 그 후부터는 공씨를 불공씨라 불렀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뇌성번개를 동반한 비가 많이 올 것이란 기상청예보다. 그런데도 경기도 수원 산정산악회 이동택(52세) 대장은 곽순영, 김봉은, 김은영, 예쁜 이름들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안순란 총무와 합세하여 정선군 사북읍 직전리 발전 마을노인회관 앞에 이르니 북쪽은 덕산(960.8m), 동쪽은 물레봉(1062.4m), 남쪽은 고부산이 병풍을 쳐 난공불락의 요새를 이룬 분지는 모두 더덕밭이다. 이곳 분지가 중의 공양그릇 바리때처럼 생겨 발전(鉢田)이라 했다한다.

▲ (왼쪽)작은배래치골 전경과 뒤로 솟은 물레봉. 초반에는 고렝지 채소밭 사이 놀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점심자리를 만들고 있는 일행.

산행들머리는 7번 지방도가 지나는 직전리 ‘사북←발전→수출동’ 버스승강장이다, 주위에는 ‘큰배래치골’ ‘말고개길’ ‘달빛마을펜션’ 이정표들이 있다. 여기서 큰배래치골 왼편에 솟은 고부산 정상을 곧바로 산행할 수 있으나 코스가 너무 짧고 단조로울 것 같아 작은배래치골(먼저골)을 거쳐 원점회귀산행을 택했다.

작은배래치골로 올라 큰배래치골로 하산

북으로 7번 지방도를 따라 10분 소요에 허허벌판에 홀로 있는 직전화물알선소 건물 건너편 전봇대 꼭대기에 달린 작은배래치골 이정표를 따라 왼편으로 들어선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먼저골’로 이름이 돼 있다. 슬그머니 반원을 그리며 내려가는 시멘트포장길 옆 밭둑에는 줄딸기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붉게 익어 하얀 개망초꽃과 어우러졌다. 통통 살이 오른 딸기를 따먹으려는 수원 예쁜님들. “안됩니다. 제초제 뿌렸습니다.” 주위에는 제초제를 먹은 풀들이 시름시름 말라가고 있다.

▲ (왼쪽)고부산 들날머리가 되는 발전 버스정류장. 똑같은 이정표의 버스정류장이 1km 북쪽에 또 있다. 이 정류장은 큰배래치골 입구다. (오른쪽)삼각점만 있고 조망이 터지지 않는 고부산 정상.

다리를 건너자 기우뚱한 키 큰 소나무에 기댄 현대식 우사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낯선 인간을 두려워 어미소 사타구니 사이로 숨는다. 어미소는 우렁찬 경고음을 토한다. 으음매에-.

시멘트로 포장한 물골 옆으로 따라 오르던 수원댁들. 도랑에 있는 풀들을 보고 “야 미나리다, 미나리여!” 태백산 아줌씨들은 미나리가 아닌 것을 알기에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한다. 내가 말참견을 한다. “그게 어디 미나리입니까? 미국가막사리, 도깨비바늘, 여뀌 종류들이구먼.” 불볕 내려붓는 작은배래치골에 웃음이 퍼진다.

 

두어 채의 농가를 지나 먼저골을 따른 지 10분쯤에 마지막 전봇대와 농막이 있는 곳에서 시멘트 농로가 끝난다. 계곡을 곧장 따라 올라도 되겠지만 왼편 비탈밭으로 난 경운기길이 유혹한다. 이쯤에서 계곡을 버리고 경운기길로 든다.

먼저골이 한눈에 내려다뵈고 도로 건너편에 물레봉이 있다. 비탈밭 경운기길은 산을 안고 돌더니 왼편 산으로 방향을 틀어 건너편 산을 안고 돈다. 이쯤에서 경운기길을 버리고 배추밭 사이로 올라 지능선에 닿았다. 밭과 숲의 경계에는 고라니들이 배추를 먹으려 접근을 막기 위하여 주위의 나무들을 베어놓았다. 이것들을 뚫고 지능선에 올라서느라 애를 먹었다.

▲ 숲이 우거진 능선을 따라가는 길.

능선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봉우리를 넘어 먼저골 안부를 지나는데 오래된 멧토끼 올무가 여럿 있다. 털중나리꽃이 반기는 능선에는 엄폐호도 있다. 먼저골의 농막을 지난 지 1시간20분쯤에야 까치살모사가 반기는 주능선 삼거리에 닿았다. 이곳까지 올라올 때에도 몇 마리의 뱀을 더 보았는데 이 산에는 뱀이 많은가 보다.

‘옛날 고부산 기슭에 가난한 떡거머리 총각이 살았는데 남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을 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여 할 수 없이 사경을 받는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지겟다리 두드리며 고향무정을 흥얼거리며 꼴을 한창 베고 있는데 등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 낫을 곤두세우고 뒤를 황급히 돌아보니 꼬리가 잘린 큰 뱀이 있는 거라.

불쌍히 여겨 적대감을 풀고 머리에 두른 수건을 풀어 땅바닥에 깔고 수건 위에 앉을 것을 권했더니 수건에 앉아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는 슬그머니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하는 일마다 대박. 부자가 되어 방좌수란 벼슬도 얻고 여덟 부인을 거느리고 멋지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 (왼쪽)능선에서 만난 엄폐호. (오른쪽)큰배래치골에서 본 고부산 정상. 오디를 따먹고 있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갑자기 고도를 낮추는 왼쪽 주능선으로 내려간다. 바위가 있고 등칡이 구렁이처럼 나무들을 감고 올라 하늘을 덮어 정글을 연상시킨다. 등칡에는 바나나처럼 생긴 열매도 달려있다.

오른편은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이 건너편에 있고, 왼편은 발전 큰배래치골이지만 숲이 짙고 높아 아무 쪽도 보이지 않는다. 남남서쪽으로 잘 가던 능선이 남남동으로 고도를 틀어 낮추는 여기에도 뱀이 있다. 잠시 내려가니 인간 흔적이 있는 옛길 마바리재다.

비가 올 것 같은 기미가 보여 마바리재에서 휴식도 접고 막바지 고부산 정상을 향해 다시 오름짓을 한다. 제법 땀이 나는 경사 급한 길. 10분쯤 오르자 폐쇄된 헬기장 삼거리다. 여기서 정상은 오른쪽 능선으로 9분쯤 더 간 곳에 신갈나무, 쇠물푸레나무, 진달래, 철쭉나무들에 포위된 곳에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삼각점이 있는 고부산 정상이다.하산은 헬기장으로 되내려간 후 오른쪽 말고개로 이은 능선을 따른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이 서 있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약 5분쯤에 베어놓은 나무들이 가는 길을 막는다. 저 안으로 들어서면 고생은 따논 당상. 길이 없더라도 나무를 베어 놓지 않은 왼편 사면 숲으로 주능선을 버리고 내려가자 더덕밭이 나오고 농로를 따라 큰배래치골에 이르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뽕나무에 매달려 입술이 푸르딩딩하도록 오디로 잔치를 연다.


 

▲ 고부산 개념도

 

 

▲ 고부산 위치도

 

산행길잡이

○큰배래치골 입구~(10분)~작은배래치골 입구~(10분)~먼저골 농막~(1시간20분)~주능선 삼거리~(1시간20분)~마바리재~(20분)~정상~(1시간)~큰배래치골 입구.

교통
고한·사북 공영버스커미널(033-591-2860)에서 수출동까지 하루 3회(06:45, 13:45, 18:45) 왕복 운행. 직전리 발전에서 하차.

숙식(지역번호 033)
직전리에 있는 달빛마을펜션(011-243-9694,592-5694). 도사곡휴양단지(592-1456). 객실 80개 있는 스타호텔(592-2500), 민둥산보리밥(592-3562), 대우회관(591-0773), 수원갈비(592-3022), 할매손칼국수(592-6611), 범바위민물집(592-7227), 아로마사우나(591-6555) 등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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