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산·등산지도/강원도-등산지도

(태백) 연화산 대조봉 개념도

정상고집 2012. 12. 6. 19:15

대조봉(大祖峰 1,135.5m)

강원도 태백시의 시가지에 위치한 산으로 연화산(蓮花山 옥녀봉 1,172.1m)과 더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백두대간 상의 매봉산 천의봉(1,303m) 동쪽 1143.7m봉에서 동북쪽 마루금을 따라 500m 거리의 1,070봉 지점이 실지적인 오십천, 남한강, 낙동강이 갈리는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다. 가칭 물뿌리봉(삼수등 1,070m)에서 남남동으로 이어진 줄기는 대박등(930.8m)에서 정맥길을 남쪽으로 살짝 벋어난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행들머리는 태백과 하장을 잇는 35번 국도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끊고 지나는 피재(920m)에서 남쪽 도로 따라 약 650m 거리의 작은피재(870m)다(N 37°12′45.7″ E 128°59′25.0″). 피재란 난리가 났을 때 이상향인 장생을 찾아 넘어오던 고개다. 즉 피향이란 뜻이다. 엘도라도, 신천지 태백시가 탄생하면서 피재를 태백시에서 삼수령이라 이름 붙여 표석에 삼수정까지 지어놓았다.

낙동정맥 마루금을 따라 들어서니 살을 에는 듯한 고원지대의 새초롬한 날새가 여간 내기가 아니다. 옛날 비나리터(성황당)을 뒤로하자 농로나 임도 같은 길이 반긴다. 마루금 정맥 길과 농로가 철길처럼 같이 나아간다. 참억새가 분분한 길은 조망이 훌륭하다. 천의봉, 물뿌리봉, 풍력발전기의 이색적인 풍정이 뒤를 따르고, 서쪽은 구와우 끝으로 솟은 함백산, 태백산의 웅숭깊은 품새가 넋을 놓게 한다.

농로 모랑이를 돌아들자 동쪽 오시밭골쪽 경동지괴 절벽에 안전을 위해 설치한 목책에 이르니 첩첩산릉 끝으로 동해바다가 어림되고, 오른쪽 분지에는 해바라기 축제 때 영화를 누렸던 해바라기꽃 대궁들만 허허롭게 남아있다. 작은피재에서 20분쯤 거리다. 이쯤에서 농로에 미련을 버리고 표식기가 많이 걸린 조붓한 왼편 숲길로 올라선다.

키 작은 신갈나무, 진달래나무, 조릿대 사이의 급경사를 20분쯤 따르자 낡은 깃대 아래 삼각점(태백 425. 2004 복구)이 있는 대박등(대박봉 930.8m)이다. 여기에서 일출, 월출, 일몰이 좋아 필자가 2001년 낙동정맥을 왕복 종주할 때 달뜨는 봉이라는 뜻으로 ‘대박등’이라 지형도에 표기하여 처음으로 불렀다. 대박등에서 남쪽 잣나무숲으로 내려가자 묘가 나타나고 능선 따라 방화선처럼 넓은 길이 뚫렸다.

철탑도 보이고 허연 살점을 들어낸 채석광산도 가깝게 있다. 이 길은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신가평까지 가는 345kv(태백에서 765kv로 증강)의 송전선로 철탑공사 작업도로 개설로 난 것이다. 이후 나무를 심어 어느 정도 숲이 조성되어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산림청에서 주위의 나무들을 간벌하는 임도로 만들어 승용차도 다닐 정도로 정맥 마루금을 닦아 놓았다.

대박등을 떠나 묘와 철탑 밑을 지나 10분쯤 할미골 안부를 지나자 왼쪽 신갈나무에 표식기가 걸려있다. 자작나무도 보이는 여기가 낙동정맥과 대조봉이 갈라지는 자작목이며, 곧 임도와 채석광산길과 만나는 삼거리다(N 37°12′50.0″ E 129°00′32.0″). 오른쪽 도로를 따라 도자기와 화장품 원료를 채광하는 광산으로 들어가다가 왼편에 산을 절개한 위에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등성이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채석한 절개지다. 절개지를 잠시 따라 절개지가 끝나는 능선에서 곧장 일본이깔나무 빼곡한 숲으로 내려서자 낙엽 덮여 희미한 갈림길이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자 양지켠에 훼손된 묘 1기가 있는 큰새목이다. 이제부터는 경사를 서서히 높이는 숲에 희미한 옛길이 있는데, 간벌과 가지치기를 하고 버린 나무등걸을 타고 넘느라 진땀을 빼게 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곳으로 가자니 길도 아닌 곳이 더욱더 힘들게 한다. 왼편 아래 도깨비골에 위생매립장이 어림되지만 나무가 빼곡하여 음침한 것이 나무 뒤에서 도깨비가 왕방울 눈을 굴리며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큰새목이를 떠나 35분쯤 소요에 신갈나무에 미역줄나무들이 엉켜있는 1089m봉이다.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덩굴을 헤쳐 가며 약 15분쯤 오르니 주위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공터를 만든 중앙에 삼각점(태백 424. 2004 복구)과 새김돌이 있는 대조봉 정상이다.

새김돌에는 ‘대조봉 1135.4m 한밝산악회. 태백시. 강원도 항공지원 2007.9.1’ 글씨가 있는데, 어째 산 높이가 조금 다르다. 위령탑 아래 전망대 구실을 하는 연풍정. 북으로 조망은 백두대간의 천의봉, 물뿌리봉, 정맥의 구봉산, 대박등이 있고, 동쪽은 낙동정맥의 유령산이 코앞에 있고, 육백산 넘어로 동해바다가 검푸르다.

남쪽은 태백시가지와 연화산이 우뚝하고, 우보산, 백병산, 면산, 삼방산, 연화봉, 문암산, 박월산, 청옥산, 달바위봉, 솔개발목이봉들이 모두 한눈에 보인다. 서쪽은 달밭등, 금대봉, 은대봉, 중함백산, 하함백산, 창옥봉, 장군봉, 천재단, 부소봉, 문수봉들이 하늘 아래 병풍을 둘렀다. 회룡고조의 산답게 풍광이 뛰어나다.

하산은 잡목투성이인 서쪽 능선으로 내려가자 산 전체가 함몰된 급경사지대다. 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남릉으로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몰지대에 간벌목까지 마구 버려 놓아 애를 먹인다. 땅속에 반쯤 묻힌 건물을 지나자 검은 석탄가루가 남아있는 옛 광산도로다(정상에서 40분 소요). 광산도로를 건너 쌍전봇대가 있는 능선으로 내려서니 휘파람이 절로 나는 길이다.

태백시가지와 태백산이 계속 그림처럼 눈에 드는 능선길, 진달래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등이 서식하는 길로 10분쯤에 오른쪽 약수터로 가는 갈림길이 또 나타난다. 광산도로를 뒤로한 지 30여 분에 잣나무, 자작나무 군락을 지나자 산업전사위령탑과 진폐재해 순직위령비와 각이 있는 바람부리다. 태백 자유시장이 내려다뵈는 연풍정에 앉으니 연꽃향이 바람에 날려온다.


 

 



 

 

♣ 태백 연화봉(1,052.8m)
오마골~연화봉~곳실골~무래이골
  
35번, 31번 국도가 강원도 태백시와 경상북도 봉화군을 잇는 도경계, 옛날 호시고개였던 자리에 오고가는 길손들을 위해 태백시에서 휴식공간으로 만든 도화동산이 연화봉 산행의 들머리다.

도화동산에서 돌고개로 오르다 수리병골로 들어 재삼밭목에 이르던지, 연선암에서 왼쪽 재삼밭목으로 가는 길을 권하고 싶다. 정상을 지난 후 안개봉과 활메기산에서는 꼭 주릉 찾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반대로 오르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인데, 곳재로 가려면 독도에 집중할 것을 또 한번 당부한다. 
안개봉에서 잘못하면 활메기골과 큰구무골 사이 능선으로 빠지게 되고 활메기산에서는 활메기골이나 평천의 배지미로 떨어지게 된다. 고수골 경기장에서는 1시간 정도 오른쪽 포장도로를 걸으면 도축장 지나 구문소 터널의 국도다. 도화동산에서 정상에 올라 서쪽으로 도계를 따라 곳재에서 고수골 경기장, 구문소 터널까지 총 산행시간은 6시간 소요된다.

"산행을 나서야 겠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겨울비라니!" 금새라도 눈송이로 변할 것 같은 싸늘한 비가 을씨년스럽게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달려 자동차가 멈춘 곳은 35번, 31번 국도가 강원도 태백시와 경상북도 봉화군을 잇는 도경계다. 옛날 호시고개였던 자리에 오고가는 길손들을 위해 태백시에서 휴식공간으로 만든 도화동산이 있다.

거무튀튀한 뼝대가 깎아지른 듯 치솟은 틈바구니를 비집고 낙동강의 원류는 흰 포말을 토하며 꿈틀거린다. 그 옆으로 자동차 길과 철길이 엉켰다가 풀어지더니 먼저 살자고 땅을 파고 터널 속으로 급히 들어간 철길은 다시 낙동강에 기적을 울리고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자동차 길은 호시고개 모퉁이를 굼벵이 걸음으로 돌아 나간다. 이제는 건널목을 홀로 지키고 있는 아저씨뿐, 구름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적막강산이다. 참으로 멋들어진 선경이다. 

방망이질치는 가슴을 쓸어 내리고는 배낭을 추스려 건널목을 건너 연선암으로 가는 왼편 돌고개의 골짜구니로 들어선다. 사륜구동 자동차도 버거운 오름길이다. 소나무와 낙엽송들이 하늘을 가려 어둠침침한데 산행에 동행한 회원들의 울긋불긋한 복장이 눈에 잘 띈다. 잠시에 구불구불하는 길 왼편에 계곡이 뚜렷이 둘로 갈라진다. 왼편은 수리병골이고 오른편 계곡은 연선암으로 가는 오마골이다. 여기서 수리병골로 오르려고 망설이다가 견물생심이라 그대로 큰길을 따라 연선암으로 간다.

도화동산을 떠난 지 약 25분, 오목한 지형에 40년 전 터를 잡은 여염집 같은 건물, 법화종단의 태백산 연선암이다. 연선암 주지 백중세씨(78세)에게 연화봉(1,052.8m) 가는 길을 뮬으니 대웅전 뒤로 올라 물탱크를 만나면 물탱크 뒤로 가라고 일러준다. 미심쩍어 몇 번이고 물어본 다음 지형도에 표시되지 않은 길이 혹시 있나 해서 일러준 대로 길을 나섰다. 

두릅나무밭을 지나 5분쯤에 너덜지대에 식수탱크가 있다. 헌데 계곡 건너편에 재삼밭목으로 가는 길이 보이는데, 주지스님이 일러준대로 식수탱크 뒤로 돌아간다. 점점 경사를 높이던 길이 서서히 좁아지더니 종내에는 완전히 낙엽 속으로 사라지더니 길이 없다. 이런 낭패가 있나. 되돌려 내려가기도 그렇고 빤히 올려다보이는 마루금을 향하여 각각 헤어져 오른쪽으로 무작정 올라친다. 목에서 단내가 나고 숨이 턱까지 닿는데 산더덕이 널부러졌다. 

능선에 닿아 후줄근한 등줄기의 땀을 식히며 지금까지의 산행을 생각해본다. 수리병골로 갈 것을, 아니 물탱크에서 계곡을 건너 재삼밭목으로 갈 걸, 후회막급이다. 하지만 잊어버리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잡목에 경사를 더하는 능선에는 살을 에는 북풍이 빗물까지 쓸어모아 흩뿌린다. 빨갛게 얼은 볼따구니를 싸리나무 회초리가 사정없이 후려 친다. 얼얼한 정도를 넘어 눈물이 핑 돈다. 길을 잘못 일러준 주지스님의 말을 듣고 부화뇌동 한 것이 은근히 치밀더니 연선암이 있는 오마골 생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