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고립감은 캄차카를 여행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캄차카 반도의 면적은 한반도의 4배 반 정도인 46만㎢에 달하는데 인구는 약 32만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람이 드문 곳이고. 흥미로운 것은 인구 32만명 중 한국인의 비중이 열 번째라는 점이다(약 1585명).
헬기가 맨 먼저 들르는 곳은 캄차카 반도 최남단 쿠릴 호수 한쪽에 마련된 곰 관찰 캠프다. 쿠릴 호수는 면적이 27.1㎢에 최대 수심이 300m인 큰 호수다. 여름에 북태평양 연어의 20%가 오팔라 강을 거쳐 이곳으로 회귀하는데 주로 홍연어(sockeye salmon)를 볼 수 있다.
러시아 불곰이 연어를 잡는 발길질은 마치 고양이가 나비를 보고 장난치는 것처럼 경쾌하며. 장난치듯 툭툭 발길질을 하는데 걸려드는 연어 와 빠져나가는 연어도 있다. 걸려들면 여지없이 거센 이빨로 숨통을 물어뜯는다. 홍연어는 몸통이 핏빛이어서 더욱 처연하다. 불곰들은 그날의 작황을 과시하려는 듯 잡아먹은 연어의 대가리들을 강을 가로지르는 관찰로 위에 올려두며. 관찰로 가까이 다가가니 연어 비린내가 진하게 코을 찌른다.
불곰들이 연어 잡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누군가 연어회 먹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러시아인 가이드가 일러준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연어가 지방을 소진했기 때문에 육질이 푸석푸석해서 맛이 없다고, 그리고 이곳의 연어는 고래회충과 같은 기생충이 많아서 위험하다고, 사람이 먹는 연어는 바다에서 잡은 연어라고 한다.
곰과 사람 사이에는 전류가 흐르는 철사가 있을 뿐이고 만약를 대비하여 총을 든 군경들이 우리을 따라 단닌다. 쿠릴 호수를 보고 있으니 큰 흑곰 한 마리가 우리가 탈 보트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였다.
보트로 곰들을 관찰하고, 호수의 반대쪽 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불곰과 흑곰이 연어 잡는 모습을 멀리 보이는 설산을 배경으로 원시림에서 곰이 연어를 잡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불곰과 흑곰의 거센 발길질에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쿠릴 호수 다음으로 헬기가 향한 곳은 크수다치 화산 칼데라인 클류치 호수다. 이곳 칼데라는 이중 칼데라다. 칼데라에서 화산이 폭발해 그 위에 다시 칼데라가 생겼다. 화산 안에 화산이 있고 칼데라 안에 칼데라가 있는 셈이다. 클류치 호수는 그중 낮은 곳에 있는 칼데라인데, 곳곳에 뜨거운 물이 나와서 온천 같았다.
헬기가 마지막에 들른 곳은 호두트카 자연 개천인데 뜨거운 물 온도는 45º 노천 온천으로 이용되었다. 이곳 역시 육로로는 연결되지 않고 조그만 캠프가 조성되어 있고. 통나무 오두막이 에서 가져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욕을 즐긴다. 갠적으로 전 너무 뜨거워서 온천은 하지 않았다.
캄차카의 노천 온천은 일본의 노천 온천과는 또 다른 맛이다. 꾸며진 게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온천.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에서는 기포가 올라왔는데 이런 곳에 발을 디디면 진흙에서 뜨거운 기운이 발로 확 전해진다. 온천에 이끼식물이 가득했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단지 사람의 손과 발을 타지 않은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이끼를 흐트러뜨린 건 자연에게 미안할 정도이다.
헬기투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