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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1cm·몸무게 52g' 비단원숭이 남매의 아찔한 하루

정상고집 2016. 5. 17. 12:52

'길이 11cm·몸무게 52g' 비단원숭이 남매의 아찔한 하루

 

밀반입된 비단원숭이 2마리 [고양경찰서 제공영상 갈무리]

 

태국산 밀거래 적발…국립생태원서 보관·검역절차에 3개월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비단원숭이 남매가 지난 11일 태국 방콕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미와는 강제로 떨어져 낯선 인간의 가방에 담긴 채였다. 더군다나 이 남성은 다른 나라 말을 썼다.

암수 각 한 마리인 이들 원숭이는 태국의 한 사육농장에서 태어난 남매로 추정된다.

이 원숭이 남매는 약 6시간을 날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원숭이 남매는 그렇게 전모(41)씨의 가방 속에 꼭꼭 숨겨져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 도착했다.

이들 남매는 매우 조용했다. 공항 검색을 '무사통과'했다.

지난해에는 숨겨서 들여오려고 했던 비단원숭이들이 울어대는 바람에 공항경찰에 발각된 적이 있다고 한다.

태국보다 서늘한 한국 기후에 적응할 새도 없이 이 원숭이 남매는 또 어디론가 이동해야 했다.

이튿날인 12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필리핀군 참전비 앞.

손가방에 담긴 원숭이 남매가 다른 남성에게 넘겨지려던 찰나, 경찰이 들이닥쳤다. 암거래로 낯선 사람에게 넘겨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세계에 개체 수가 몇 마리 정도 돼요?"

"정확히는 모르는데 멸종위기 종이에요."

가방에 담긴 원숭이들을 두고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경찰은 암수 비단원숭이 2마리를 태국에서 밀반입해 암거래하려고 한 전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비단원숭이로 불리는 '커먼 마모셋(학명 Callithrix jacchus)'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는 않지만, 국제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을 경우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으로 분류돼 있다.

개인 간 거래는 절대 허용되지 않으며 연구나 전시 목적으로만 허가받아 구매가 가능하다.

비단원숭이 남매는 처음 경찰에 압수됐을 때 길이 11㎝에 무게가 52g이었다. 태어난 지 이제 막 4주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생태원에 넘겨진 뒤로는 두 마리 다 10g씩 살이 쪄 몸무게가 60g이 넘었다.

올해가 병신년(丙申年), 즉 '원숭이의 해'라서 애완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암거래가 성행한다고 한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원숭이를 넘겨받은 국립생태원은 영장류 바이러스 검역절차에 들어갔다. 검역에만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이들 남매는 경찰의 압수품으로, 앞으로 계속 국립생태원에서 지내게 될 전망이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