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병풍산 등산지도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 주 답사한 경북 포항 병풍산(811m)
코스는 바로 이 낙동정맥의 상징적 중간 지점인 벼슬재(일명 배실재)를 아우르는 내륙의 한적한 능선산행코스다.
또 들머리인 포항시 기북면 성법리(省法里)는 나라에 역모죄를 지은 사람들을 천민으로 강등시킨 후 이곳에 집단 수용해 무기류와 농기구 토기 등을 생산케했던 일명 '성법 부곡(部曲)'이 있던 곳. '부곡'이란 신라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존재했던 일종의 집단 생산구역으로 당시 신분제도 상 천민이나 역모죄를 지은 사람들을 깊은 산골짜기 등에 수용했던 것을 일컫는다.
그만큼 이 마을이 옛날에는 오지 중의 오지로 통했다는 반증일 터. 물론 지금은 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옛날과 같은 오지의 분위기는 많이 줄었지만 당시 벼슬아치들만 넘나들 수 있었다는 벼슬재나 사관령 등은 고스란히 산행코스에 포함돼 있어 오지산행의 느낌도 일정 부분 맛 볼 수 있다. 게다가 날머리인 덕동민속마을에서는 운치 있는 숲과 고택들이 즐비해 고즈넉한 '시간여행'을 겸한 산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 내륙 오지 15㎞코스… 6시간은 잡아야 넉넉
크게 보면 경북 포항시 기북면 오덕리 덕동마을과 성법리를 한 바퀴 도는 산행코스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성법리 삼보암 입구~삼보암~갈림길~청안 이씨묘~758m봉~갈림길(산불초소)~병풍산 정상(811m)~갈림길(산불초소)~성법령~709.1m봉(낙동정맥 합류)~GPS 781m봉~사관령(782m)~갈림길~여강 이씨 묘~598m봉~벼슬재~임도 갈림길~덕동 고택앞~덕동민속전시관~덕동교로 이어진다.
총거리는 15㎞가량. 짧지는 않은 편이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휴식과 식사 등을 포함하면 6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성법리에서 성법령 방향으로 921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우측에 삼보암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정면 우측의 병풍산을 한차례 살펴보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입한다. 임도 주변 과수원에는 빨간 사과와 누런 배가 탐스럽게 익어간다. 10분쯤 가면 삼보암. 아담한 규모의 절집이다. 100m쯤 가서 개울 합수지점 다리를 건넌다. 왼쪽 계곡은 안세이지, 오른쪽은 골뱅이골지라 불리는데, 포장 임도를 버리고 왼쪽 골짜기 방향 비포장길을 택한다.
곧이어 청안 이씨묘, 밀양 박씨묘, 파평 윤씨묘를 잇따라 지나고 달성 이씨묘에서는 무덤 뒤쪽 능선길을 따른다. 완만한 경사로. 곳곳에 간벌작업으로 인해 베여 나간 나무둥치들이 널려 있기도 하다.
조금씩 경사가 급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뚝한 봉우리다. 758.1m봉. 개울 앞 갈림길에서 1시간10분가량 걸렸다. 왼쪽의 능선길을 따른다. 평평한 분지와 같은 지역을 통과해 20분쯤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된 갈림길. 이곳은 낙동정맥에서 분기된 소위 비학지맥과 내연지맥이 함께 통과하는 지점이다. 향후 코스는 왼쪽으로 이어지지만 병풍산 정상은 우측 200m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단 정상으로 갔다가 돌아온다. 주변 조망도 별로 시원스럽지 않은 데다 모양새도 펑퍼짐한 병풍산 정상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아쉬움에 취재팀이 근교산 리본 뒷면에 '병풍산 정상'이라고 표시해 놓고 산불감시초소로 돌아간다.
■ 정상 부근 아담한 억새밭서 본 풍광 압권
초소 주변에는 운치 만점의 아담한 억새밭이 자리잡고 있고, 앞뒤 전망도 시원하다. 산행의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는 느낌. 진행 방향 정면인 서쪽의 큰 산줄기는 낙동정맥 주능선이다. 그 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사관령과 침곡산, 멀리 영천 보현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억새밭에서 남쪽 정면을 보면 경주 안강읍과 포항 기계면 사이의 산인 봉좌산이 보이고 그 너머 아주 먼 곳에 가지산 신불산 등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들까지 눈에 들어와 시원스럽다. 또 몸을 돌려 보면 멀리 매봉과 향로봉 내연산 등 포항의 준봉들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고 북쪽 정면 아주 먼 곳에는 국립공원인 주왕산 자락까지 아스라히 펼쳐진다. 특히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암봉인 팔각산이 인상적이다.